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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든, 영국 정보부 요원 / 열린책들 / 윌리엄 서머싯 몸

『어셴든, 영국 정보부 요원』은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 등으로 순문학의 거장으로 인정받는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이 전쟁 당시 실제 스파이 활동을 했던 뜻밖의 경험을 토대로 쓴 첩보 소설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유럽 각국을 오가며 스파이로 활동하는 영국 작가 어셴든의 모험이 담긴 연작 단편들을 엮은 소설집으로, 현대 스파이 소설의 원조이자 고전이 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품 구상 중인 작가라는 직업을 핑계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각국을 오가며 첩보 활동을 펼치는 어셴든이 임무 수행 중 겪게 되는 흥미로운 일화들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단편으로 소개되는 구성이다. 

예스24 책 소개 중에서

달과 6펜스를 중학교 3학년때 읽은 뒤로, 서머싯 몸의 책은 두번째이다.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보고자 골랐는데, 역시 영국 스파이물의 느낌이 흠씬 나는 것 같다. 실제로 작가이면서도 스파이로 활동했던 본인의 경험담을 단편으로 엮어내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데 캐릭터마다의 특색이 살아 있어 영화로도 있을법하다 생각했는데 히치콕이 1936년 비밀 첩보원이라는 영화로 각색했다고 한다.

단편 모음들이 그렇듯 인물의 호흡이 길지 않아서 궁금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 특히 어센든은 스파이기도 하지만 자가로서 각 캐릭터가 생각하고자 하는 것을 유추하기도 하고 지켜보기도 하는 제3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래서 독자로서 어센든처럼 관찰하고, 캐릭터의 의중을 추리해보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이지 않을까싶다.

인간사에 이해가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의 영혼을 괴롭히는 모든 감정 중에서 허영심만큼 파괴적이고 보편적이며 뿌리 깊은것도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 파괴력을 부정하는 것이 바로 허영심의 증거죠. (중략) 허영심은 모든 미덕에서 한몫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용기의 원동력도, 야망의 버팀목도 허영심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는 변치않는 마음을, 금욕주의자에게는 인내할 힘을 주는 것, 예술가의 가슴속에 명예욕의 불길에 기름 붓는 것도 허영심입니다. 정직한 사람의 고결함을 지탱해주는 것도 허영심이요.그 보상도 허영심이지만 성자의 겸양을 비꼬며 추파를 던지는 것 또한 허영심입니다. 인간은 이 놈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하지요.

대사님 중에서.

허영심이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걸까라는 의문이 던져지는 문장이었다. 그래서 찾아봤다 허영심이라는 단어는 실제로 어떻게 쓰이나?! 번역의 차이가 있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스놉이라는 개념의 출현은 19세기 영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영어 단어 ‘snob’에는 하류층 사람들이라는 의미밖에 내포되어 있지 않았으나, 19세기부터 그것은 신사인 척하며 젠체하는 허영심 많은 사람들을 의미하게 되었다. (중략) 스놉과 스노비즘이 그 자체로 규정되기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오늘날 이러한 성격에 대해 말하려는 문화사회학자들과 윤리학자들은 그 반대 개념에 해당하는 진정성(authenticity)을 제시함으로써 스놉과 스노비즘을 설명하려 한다. 진정성이라는 개념 역시 그 반의어인 스노비즘과 마찬가지로 규정되기 어려운 것이기는 하지만, 라이오넬 트릴링의 <성실과 진정(Sincerity and Authenticity)>이나 그에 영향을 받은 찰스 테일러의 <진정성의 윤리(The Ethics of Authenticity)> 등에서는 그것을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태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진정성이란 (유아론적인 의미 혹은 세속적인 성공의 의미에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하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태도이며, 반대로 스노비즘은 자기 자신을 기만하면서 타인에 대해 우위에 서려고 하는 태도로 규정될 수 있다.(중략) 따라서 스노비즘의 문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교묘하게 작동할 수 있다. 우리는 제대로 향유할 줄도 모르는 사치를 즐기는 ‘천박한 인간들’을 한심한 부류의 사람으로, 다시 말해 속물적인 인간으로 쉽게 정죄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에 반해 예술을 예술 그 자체로 향유할 수 있는 능력, 예술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사용된 암호들을 해독할 수 있는 능력, 혈통과 학력에 의해서만 암묵지의 형태로 전수될 수 있는 그러한 능력에 대해서는 보다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려 한다. 이것은 곧 귀족적인 취향이 되고 ‘범속한 사람들’보다 우월한 취향의 표식이 된다. 한국 학술장에 나와 있는 스노비즘에 관한 서적들 중에는 이러한 ‘문화귀족’들이 여타의 ‘천박한 인간들’의 취향을 비웃는 부류의 서적도 더러 있는데, 이런 식으로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러니하게도 또 하나의 스노비즘일 수밖에 없다

나무위키에서 문학사회학적 스노비즘에 대하여

결국 여기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인가. 내가 무엇인가를 읽고,보고 그것을 해석하고자 할 때 즉 글을 쓴다는 것 자체도 허영심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나의글은 진정성과 허영심 사이 어딘가에서 맴돌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책은 각 단편에 나오는 각 스파이의 허영심을 저격하는 하는 것 같지만, 사실상 인간으로서 허영심을 얼마만큼 가지고 있는가 되묻게 되는 시간이었다. 왜 그동안 그의 책을 읽지 않았는가 잠시 아쉬워하며, 다른 책도 보고싶어졌다.